정세랑 작가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단순히 판타지 소설로 분류하기에는 독특한 색채와 깊이를 지닌 작품입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이라는 캐릭터는 학교라는 일상적 공간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와 같은 초현실적 존재를 감지하고 이를 퇴치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인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통해 인간 내면, 사회의 불안, 공동체의 균열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보건교사 안은영』 속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중심으로 작품의 의미와 정세랑 작가의 독특한 문학 세계를 분석해 보겠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초현실적인 요소: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허물기
『보건교사 안은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일상적인 공간인 ‘학교’에 비일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는 점입니다. 학교라는 장소는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현실적인 공간이지만, 작가는 이곳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즉 ‘젤리’와 같은 기묘한 형상을 삽입함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을 무너뜨려,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를 허물어버립니다. 이는 초현실주의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식으로, 독자에게 낯설면서도 현실의 또 다른 면을 직시하게 합니다. ‘젤리’는 단순히 초자연적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의 억눌린 감정이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처럼 초현실적 장치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틈새를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하며, 현실의 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사유하도록 만듭니다.
무의식과 사회 불안의 시각화
초현실주의 문학은 종종 무의식의 세계를 가시화하여 독자에게 낯설고 충격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보건교사 안은영』 속 ‘젤리’는 인간의 무의식, 불안, 욕망이 외부로 드러난 형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교육의 장이 아니라, 다양한 갈등과 억압이 교차하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학생들의 불안, 교사들의 압박, 부모 세대의 기대가 한데 섞여 만들어지는 긴장감은 ‘젤리’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등장합니다. 안은영이 이들을 퇴치하거나 정화하는 과정은 곧 억눌린 감정을 치유하고 사회적 불균형을 조율하는 은유적 장치입니다. 즉,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통해 드러난 ‘젤리’는 단순히 괴물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한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내면적 그림자를 가시화한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치유와 공동체 회복의 초현실적 상징성
『보건교사 안은영』은 초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단순히 기묘함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작품은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초현실적인 ‘젤리’는 불안과 억압의 표상이지만, 그것을 퇴치하는 안은영의 행위는 공동체의 균열을 메우고 관계를 회복하는 은유적 장면으로 작동합니다. 이는 초현실주의 문학이 추구하는 또 다른 목적, 즉 현실을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꿈꾸게 만드는 효과와 연결됩니다. 정세랑은 독자에게 단순한 판타지적 재미가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과 개인의 상처를 함께 바라보고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따라서 『보건교사 안은영』은 초현실적 요소를 통해 공동체적 치유라는 현실적 메시지를 전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초현실주의적 요소를 적극 활용해 일상과 비일상을 넘나드는 새로운 문학적 공간을 창조했습니다. ‘젤리’라는 독창적 장치를 통해 무의식과 사회적 불안을 시각화하고, 치유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점은 한국 문학에서 보기 드문 독창성으로 평가됩니다. 이 작품은 초현실적 기법이 단순히 기괴한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 문제를 드러내고 해석하는 유효한 도구임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국 현대문학에서 초현실주의적 문학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어준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